스크랩!!! / / 2018. 12. 10. 16:31

영화관, 120년 만에 영사기가 사라진다

반응형

영화관, 120년 만에 영사기가 사라진다

프로파일 테크플러스 2018. 12. 5. 15:18
URL 복사 이웃추가

프랑스 남부 라 시오타 역. 열차가 한대 들어옵니다. 타고 있던 사람은 내리고, 기다리던 승객을 기차에 올라탑니다.


‘열차의 도착’이라는 제목의 50초짜리 흑백 영상. 1895년 12월 28일 프랑스 파리 그랑카페에서 상영된 세계 최초 상업 영화입니다. 지금 보면 영화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지만, 당시 열차의 도착은 미디어 역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 콘텐츠였습니다. 정지된 모습만 담아냈던 사진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화면이 움직인다는 건 경천동지할 만한 사건이었죠.

Lumiere Brothers LArrivee dun train a la Ciotat열차의 도착,1895

이 세계 최초 영화를 만든 사람은 뤼미에르 형제. 이들은 필름 카메라이자 영사기인 시네마토그래프라는 기기를 발명했습니다. 이 또한 세계 최초 영사기라고 볼 수 있죠. 이 영사기는 지속적으로 발전했지만 기본 메커니즘은 20세기까지 유지됩니다. 영화 필름을 확대해 영화관 스크린에 비춰주는 방식입니다.

시네마토그래프


1990년대 들어서 이 영사기는 디지털로 전환되기 시작합니다.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영화를 저장 장치에 담고, 이를 디지털 영사기나 프로젝터로 백색 스크린에 비추죠. 뛰어난 화질과 활용성이 확보됐지만, ‘비춘다’는 개념은 지금까지 영화관 주류로 자라잡고 있습니다.

영사기 (삼성전자 뉴스룸)

영화 ‘열차의 도착’부터 오늘날까지 120여 년간 이어왔던 ‘비추는 영사기(프로젝터)’ 시대가 종료될 수도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발표한 ‘시네마 LED’ 스크린 때문입니다. 시네마 LED는 발광다이오드(LED) 캐비닛 96개를 연결해 가로 10.3미터, 세로 5.3미터 대형 스크린에서 영화를 직접 보여줍니다. 초대형 LED TV가 영화관 백색 스크린 대신 걸려있다고 보면 됩니다.

삼성전자 시네마 LED 영화관

해상도는 4K(4096X2160) 수준입니다. TV 관점에서 접근하면 화면만 키웠을 뿐 대단한 기술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사기 혹은 프로젝터로 비추는 방식에서 영화 스크린 자체가 영상을 표현한다는 건 영화관 산업을 흔들 새로운 기회를 제공합니다.

시네마 LED와 기존 극장 화면 비교

우선 화질입니다. 기존 영사기·프로젝터는 렌즈를 통해 화면을 확대합니다. 영상 주변부는 렌즈를 인한 왜곡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광원 자체가 밝지 않기 때문에 밝은 곳에서는 선명한 화질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영화관 내부가 어두운 이유기도 합니다. 
 
LED 스크린은 이런 왜곡 현상이 없습니다. 또 백라이트를 통해 빛을 내기 때문에 광원이 충분하죠. 굳이 영화관을 어둡게 하지 않아도 선명한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영화관에서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초대형 화면으로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시네마 LED 영상

TV에 적용했던 수많은 화질 개선 기술을 영화관에도 적용할 수 있죠. 하이다이내믹레인지(HDR)이 대표적입니다. HDR은 디지털 영상에서 밝은 곳은 더 밝게,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만들어 사람이 눈으로 보는 것과 유사한 수준으로 화질을 끌어올립니다. 프로젝터에도 HDR 기술을 적용할 수는 있지만, 스크린을 통해 직접 구현하는 것과는 시각적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 시네마 LED 스크린을 세계 최초로 설치했습니다. 단순 스크린 기술뿐만 아니라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 사운드 기술까지 접목, 시네마 LED에 최적화된 영화관 솔루션을 선보였습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세계 영화관 상영관 10%를 시네마 LED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도 밝혔습니다.
 
 이러한 포부가 무색하지 않게 삼성전자는 시네마 LED 사업에 박차를 가합니다. 같은 해 10월 태국  메이저 시네플렉스 시암 파라곤점에 시네마 LED를 공급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첫 공급 사례죠. 한 달 뒤 영화 본 고장인 유럽에도 진출합니다. 스위스 대형 멀티플렉스 ‘아레나 시네마’에 삼성 LED 시네마 공급 계약을 체결합니다.

삼성전자 시네마 LED '오닉스'

올해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영화산업 박람회 ‘시네마콘 2018’에서는 아예 시네마 LED 브랜드를 ‘오닉스’라고 명명합니다. 시네마 LED 스크린이 설치된 상영관을 ‘오닉스관’이라고 부르기로 하죠.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입니다. 오닉스관은 중국 상하이, 홍콩, 인도 델리, 미국 로스엔젤레스(LA), 멕시코 멕시코시티, 브라질 상파울루 등 세계 거점 도시에 진입하는 데 성공합니다. 기술적으로도 2차원(2D)에서 3차원(3D) 영화까지 시네마 LED에서 상영될 수 있도록 고도화했습니다.

Samsung onyx: Cinema LED Technology



이쯤 되면 2020년까지 세계 영화관 10%를 시네마 LED로 바꾸겠다는 말도 허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관건은 시네마 LED의 시청자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고화질 영화 콘텐츠 확보입니다. 삼성전자는 시네마 LED 생태계 확대를 위해 영화 조명업체, 영화 편집 업체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HDR 영화 콘텐츠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 제작사와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죠. 
 
 시네마 LED의 성장은 영화 산업 판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LED 스크린 수요에 따른 디스플레이 시장은 커지겠죠. 반면, 영화관용 디지털 프로젝트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습니다.  영화 뿐만 아니라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영향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120년 전통을 지켜 온 영사기 기반 영화 생태계의 종언을 선언할 지 주목됩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