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信賴)의 의미
신뢰(信賴)의 의미
신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이다. 사람들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대변하기 위하여 신뢰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여기서 상대방이란 구체적인 개인, 기업조직, 정부, 시장 전체 또는 사회 전체를 지칭할 때도 있다. 또한 사람들은 신뢰라는 용어를 제품이나 거래과정 자체처럼 특정 사물 또는 과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한다. 웹스터 사전(Whitney, 1996: p. 16에서 인용)에는 신뢰를 다른 사람, 조직 또는 제품(thing)에 대한 확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 즉, 신뢰란 상대방이나 상대방의 제품 또는 서비스가 정직하고, 도덕적이고, 공정하다고 믿을 수 있는 확신을 의미한다. 여기서 정직, 도덕, 공정 등의 용어는 일종의 보편적인 사회적 규범 내지는 조직의 규범을 대변한다.
한 사람이 자신의 동료, 상사 또는 특정인을 신뢰한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믿음을 나타내거나 아니면 상대방에게 의존할 수 있다는 뜻을 의미한다. 반대로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것은 상대방의 의도와 행동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의존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포한다. 그래서 호즈머(Hosmet, 1995)에 의하면 신뢰란 특정인, 특정 그룹 또는 특정 조직이 다른 사람, 다른 그룹 내지는 다른 조직에 의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신뢰는 양자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정부의 기관이 특정 기업에 대하여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시장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할 때, 신뢰는 특정 기업과 시장 전체와의 관계를 지칭한다. 남북관계에서도 신뢰는 자주 사용되는 언어이다. 남북협상의 당사자들이 신뢰회복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이때 신뢰는 남한 사회와 북한 사회 전체와의 관계를 의미한다. 증시가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하여 정부가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할 때 이것은 일반 투자가들과 정부의 관련부처와의 관계를 의미한다. 또한 정치인에 대한 신뢰, 정부에 대한 신뢰라는 말은 정치인과 국민, 정부관계자와 국민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신뢰는 사회에서 이해당사자 내지는 거래관계에 있는 개인과 조직, 개인과 개인 또는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를 내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기업조직에서 신뢰는 상하간의 관계, 부서간의 관계, 구성원 개인과 조직과의 관계를 지칭한다. 그래서 신뢰는 관계의 질을 대변하는 개념이다.
기업체 구성원이 자신의 상사를 믿을 수 없다거나 아니면 동료를 신뢰할 수 없다는 말을 사용한다. 이때 신뢰는 두 사람과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상대방을 신뢰할 수 없다는 말은 상대방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대변한다. 상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더 이상 의존할 수 없음을 뜻한다. 여기서 상대방을 믿을 수 없다거나 더 이상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은 상대방의 행동이 자기가 기대하고 있는 기준 내지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규범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기업조직에서 구성원들이 상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사에게 기대하는 사항이 있는데, 자신의 상사가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상대방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거나 상대방이 약속을 어기거나 보편적인 규범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을 못 믿겠다거나 신뢰할 수 없다는 말을 쓴다. 마찬가지로 특정 조직이 또 다른 조직 내지는 개인과의 관계에서 기대하였던 사항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상대방을 못 믿겠다는 표현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말을 쓴다. 이때 신뢰는 그 개인 또는 관련 조직에 대한 기대를 대변하는 용어이다. 즉 신뢰는 어떤 기준이나 규범을 바탕으로 상대방에 대한 기대를 표현하는 말이다. 여기서 신뢰는 기대의 충족 여부를 반영하는 것으로 상대방과의 관계를 대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신뢰한다거나 신뢰하기 어렵다는 말은 상대방과의 관계의 질을 보여준다. 일상생활에서 신뢰는 당사자의 입장에 따라서 또는 의미하는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서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신뢰가 어떤 내용으로 표현되든지 간에 신뢰는 본질적으로 개인과 개인, 개인과 조직, 또는 조직과 조직과의 관계를 대변한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일치하고 있다.
신뢰에 대한 연구는 심리학, 사회학, 역사학, 경영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이루어져 왔지만, 신뢰가 기업과 일반인의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데에는 특별히 세 사람이 크게 기여하였다. 유럽에서 1995년에 출판된 페이레피트(Peyrefitte, 1995)의 저서와 미국에서 출판된 후쿠야마(Fukuyama, 1995)의 저서는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신뢰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현재 「일하기에 가장 훌륭한 포천 100대 기업」의 선정을 주관하고 있는 로버트 레버링(Levering, 1984, 1993)은 이들에 앞서 1984년과 1993년의 두 차례에 걸쳐 출간한 「일하기에 가장 훌륭한 100대 기업」이라는 저서와 「일하기에 가장 훌륭한 일터 (Levering, 1988, 2000)」라는 저서에서 신뢰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레버링은 이들 책에서 일하기에 훌륭한 기업을 구현하고 있는 초일류 기업의 가장 큰 특징으로 조직내의 신뢰기반을 지적하고 있다. 포천지는 1998년부터 레버링의 연구와 작업을 토대로 매년 1월호 특집으로 「일하기에 가장 훌륭한 포천 100대 기업」을 선정하여 발표하고 있는데 여기서 100대 기업 선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바로 조직내의 신뢰(信賴)이다.
【 신뢰경영과 서번트 리더십, p.32∼p.35, 이 관응 저, 엘테크, 2001 】